나는 아주 어린시절 이 영화를 처음 보았다.

우리집에는 전용케이스에 녹색과 노란색의 정식 수입된 마스크 비디오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 80년대 후반~ 90년대생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아주 익살스러운 연기와, 만화스러운 연출로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인기는 시리즈와 만화애니메이션의 수입으로 까지 이어졌고, 공중파에서도 방영하였으며 마스크의 비디오를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다 봤던 기억이 난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면서, 고전 명작들을 고화질로 다시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심지어 영자막을 지원해주다보니 당시 의역으로 넘어갔던 부분들의 원문을 제대로 새겨볼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만세.

 


 

이 영화를 진지하게 새겨보면서, 너무 즐거웠다. 시종일관 깔깔깔 소리내면서 웃으면서 보았다.

단 한순간도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가벼운 웃음을 메인으로 삼는 작품에서, 이런 수준의 연출과 비틀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짐 캐리의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하는 영화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브루스 올마이티 같은 영화도 나올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 25년 전의 작품임에도 보통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된 비틀기이다. 

 

나는 당연히, 권선징악적인 엔딩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극이 전개되면서, 사실 많은 부분이 익숙한 전개를 따르는 것을 보며 내심 내용에 대한 기대는 저버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상천외한 비틀기를 시전해버렸다. 

 

진짜 팜므파탈 그자체인 티나의 모습

갱단 보스의 여자친구인 티나는 은행강도의 사전작업을 위해 미인계를 시전하러 스탠리와 처음 만난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에 모든 남직원들은 홀려버리고, 그녀는 상담을 받는 척 하며 은행 내부의 구도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전송한다. 그렇게 스탠리를 완전히 홀려버린 그녀는 이후 남자친구를 위해 스탠리를 함정에 빠뜨려 곤경에 처하게 한다. 그 때 굉장히 수수하고, 마스크가 아닌 현실의 스탠리의 고민을 상담해주었던 착한 여성인 페기가 스탠리를 도와준다. 

 

촌스럽고 누가봐도 순딩이처럼 보이는 페기

 

이 때, 페기와 티나는 굉장한 대척점에 있다. 티나는 남자를 파멸로 이끌려는 에덴의 독사과같은 모습으로 묘사되고, 페기는 수수하지만 착하고 한 남성만 바라볼 것 같다는 천사같은 이미지로 묘사된다. 함정에 빠져 위기에 처한 스탠리를 구해준 페기는 그의 상처를 돌봐주고 그의 고민을 들어준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페기가 통수를 친다.

돈을 벌지 못해 먹고 살기 힘들다며 스탠리에게 현상금을 건 갱단에게 스탠리를 넘겨버리고, 어줍잖게 " 그를 해치지 않는다 했잖아요! " 같은 위선적인 헛소리를 시전한다. 아니 그러면 갱단에서 그 많은 돈을 주고 현상금을 걸었는데 잡아서 맥주라도 한 잔 할 줄 알았다는건가? 결국 페기는 스탠리에게 " 이 도시에는 decent (건실한) 남성이 없다. 당신같은 착한 남성이 진짜 가치가 있다. " 라는 둥 말했지만 그 모든 위선적인 언행 밑에는 결국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본질이 있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이 착해보이는 여자가 이럴 줄은 몰랐다. 

 

오히려 악역으로 시작했던 티나는 자신을 장신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봐준 것은 스탠리가 처음이라며, 그를 위해 자신의 안전을 포기하고 도움을 준다. 

 

 

나는 당연히 저 두명의 여자를 대조적으로 표현하면서, 영화가 이쁘고 달콤해 보이는 것은 사실 독이 있고 착한 사람과 만나서 수수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 줄 알았다. 

 

외견이 전부가 아니라고, 진정한 사람은 내면이 중요한 것이라 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정반대의 의미로 그 메시지는 적중했다. 수수해보이고 착해보이는 사람이 진짜 착할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 역시 선입견이다. 진짜로 외견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둘째, 카메론 디아즈라는 배우의 발굴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데뷔작이다. 그녀는 정말로 엄청난 매력을 보여준다.

극 초반부터 그녀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그녀의 매력이 폭발한다. 

 

오죽하면 그녀의 공연을 처음 본 스탠리는 정말로 늑대가 되어버리는데, 누군들 그렇게 되지않겠는가.

마스크의 본질이 내면을 드러내어주는 것이기에 저 묘사는 정말 적절했다.

 

영화의 장점으로 배우의 아름다움을 꼽고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데뷔작에 여주인공을 맡아 부담이 되었을 텐데, 작품과 캐릭터를 정말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티나라는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었다. 

 


 

마지막으로, 개그와 어우러져서 나타나는, 우리 삶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이다. 

 

 

이 영화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의 개그씬을 보여주는데, 짐캐리의 엄청난 연기력과 캐릭터의 조화로 인해 정말 마법같은 개그장면이 등장한다.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에 포위된 스탠리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자 그 흥에 겨워 모든 경찰들이 같이 춤을 추게 되어버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가디언즈오브갤럭시의 댄스배틀 씬처럼 시간을 끌려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춤을 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자 경찰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 지켜만 보고, 그 연출력과 로키의 마력으로 모두를 공연속으로 휘감아버린다. 

 

 

이 장면은 얼핏보면 정말 그저 어처구니 없는 개그씬이지만, 이 마스크는 로키의 작품이다. 로키가 봉인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물건이다. 자신의 욕망을 모두 이룰 수 있는 힘을 주어서 통제력을 잃게하고 그 본성을 끄집어 내는 물건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엄청난 힘을 가지고 한다는게 춤을 추는 것이다. 

 

처음에 막강한 마력을 손에 넣은 스탠리는 억눌려있던 분노를 표출한다. 마치 조커의 아서 플렉과 같이, 그는 굉장히 착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의 주변에는 그를 약자로 보고 잡아먹으려는 존재들만 가득했다. 그는 그들에게 마스크의 마력을 가지고 복수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를 등처먹으려 했던 사기꾼 정비사들에게 항문질환을 안겨준 점을 제외하면 그는 유쾌하면서도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 점이 그의 본질이 선하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마스크를 통해 자신의 억눌린 자아를 드러냈고, 돈이 필요하자 자신이 일하던 은행을 털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은행털이에서 남긴 지문 때문에 수사받고 체포되는 등 자신이 곤경에 처한다.

 

영화는 통제가 안되는 욕망의 실현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 그런 방만이 일상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선한 사람의 마음 속에도 결국 잘못된 욕망 또한 들어있기 마련이고, 이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보여준다. 

 

 

 

또한 선한 외견과 반대로 이기적이었던 페기를 통해 사람의 진짜 내면의 본질은 외면에 드러내는 페르소나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뉴먼 박사의 설명을 통해 그 페르소나와 내면의 자신은 양쪽이 전부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그 말을 들은 후 스탠리는 마스크 없이도 은행 상사에게 호통을 치며 억눌린 자아를 받아들이고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완전히 받아들이면서 막강한 힘이나 마스크 없이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티나의 몸을 던진 활약으로 기회를 잡고 그는 다시 마스크를 쓴 뒤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낸다. 그리고나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더 이상 이런 건 필요없다며 미련없이 내던진다. 

 

 

 

그의 본질은 열정적이고, 존중받고 싶어하며, 착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에 갱단을 정리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가 갱단 보스와 1:1대결을 펼칠 때에는 그는 오직 오롯이 그 자신이었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못한 채 맨몸으로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나는 이 장면이 이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만약에 이 승기를 잡는 대장전을 마스크에 의지했다면 나는 이 영화에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마스크 같은 도피처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스탠리의 성장을 보여준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제에서 도망치지말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감독이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 영화 역시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영화의 수많은 시리즈와 2절 3절 4절 뇌절을 알고 있다. 

1편의 훌륭한 메시지는 사라지고 이능력배틀물 비슷한 것으로 가는 그 파멸의 행보가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다.

 

 

 

영화 자체에서 아쉬웠던 점은, 다소 편리하게 쓰이는 설정들이다. 

경찰과 갱단을 맨몸으로 제압하는 스탠리 본연의 격투능력이나, 엄청나게 똑똑한 강아지, 마스크를 쓰는 순간 생기는 엄청난 능력들과 내구성, 공으로 과를 덮는다는 다소 무책임한 해피엔딩을 위한 전개. 

 

사실 과를 제대로 덮지도 않았다, 스탠리가 스스로 했던 은행강도를 갱단 보스가 뒤집어 썼으니 말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탠리의 과는 청산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쉬운 옥의 티이다. 

+ Recent posts